내 나이 오십세 2.
채홍조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쁨과 슬픔이 마음속을 교차한다.
이 작은 감정의 파장들
수시로 파도 치는 내 마음
때로는 성현처럼 생의 한가운데서
한발 물러서 초연하고 싶지만.
머리와 가슴은 어긋나기만 했다
무엇이 그다지 기쁘고 즐거웠던가
그 무엇이 그렇게
슬프고 고통스러웠던가
결국은 모든 것이 세월의 그늘에 묻히고
또다시 새로운 파도는 밀려와
하루는 24시간으로 부족하고
많음은 많음으로 더 갖고 싶은,
욕망의 끝은 어디쯤일까
영원히 내 것이란
존재하지도 않은 것을 깨달으면서도
다 가득 채우려 하는 어리석음이여
나보다 많이 가진 자를 질투하여
상대적인 빈곤감에 허탈해 하고
노력한 만큼 받지 못한 대가에 억울한 것 같아,
만족을 모르는 마음에서 불행한 것을
이제, 그런 마음에서 자유롭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다.
나도 모르는 내 잘못, 용서받고 싶다.
내를 서운케 한 사람도 용서하고 싶다.
이제는 쉬고 싶다
주위의 참 열심히 사시던 분들이 이제 좀 허리 펴고 사는가 싶더니
숨어있던 병마가 하나 둘 나타나 결투를 청한단다
건강 돌볼 새도 없이 천년만년 사는 줄 알고
조금만 더, 고지가 바로 저기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아등바등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 삶 참 부질없어라
이쯤에서 뒤돌아보며 이마에 땀방울 닦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그래 수고했다 나의 육신아 이제 좀 쉬어 가려무나
그 수많은 고개 넘고 모퉁이 돌아
내일은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는 기대
보이지 않는 그 기대에 소망 걸고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쉽게 잊고 사는가봅니다
제 나이 오십세 때 쓴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