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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 이야기

[똥꼬아빠]관광버스 이야기


"도로위의 카바레" 관광버스를 나는 어림잡아 일년에 열댓번은 승차한다.
'목구먹이 포도청이라' 전에는 저 고귀한 서양사람들 맨치롬 버스안에서 지지고 볶는 일명 관광버스춤을 추는 어르신네들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가끔 알딸딸한 기분에 이분들과 신나게 흔들어 대는 일도 마다않는다.

평소같으면 눈꼽을 떼고 일어날 시간에 오늘 나는 관광버스에 올라타 있다.
서비스 정신으로 충만한 기사님의 재미있는 입담을 들으며 해질녘까지 즐겁게 신나게 하루를 떠난다.



관광버스는 기사님의 숨결이다.
버스 문이 열리고 승차 발판에 "신발의 털고 올라와 주세요"라는 깔끔성 멘트가 보이면 손님들은 비록 신발에 흙먼지가 묻어있지 않더라도 신발을 터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달아놓은 대형 LCD모니터에 부딪치지 않도록 머리를 조심해야 한다.
이어 손님들이 미끄러 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의 마음으로 손수 재단하여 깔아놓은 깔판을 밟고 버스에 올라타면서 냉온수기 앞에서 1회용 커피믹스 한잔을 탄다.
커피한잔을 들고 다채로운 커튼으로 원초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버스의 아늑함 속에 자리를 잡는다.
버스에서 자리는 주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분류 되는 것 같다.(믿거나 말거나..)
남자는 뒷쪽, 여자는 앞쪽
주류는 뒷쪽, 비주류는 앞쪽
컨디션이 좋으면 뒷쪽, 안좋으면 앞쪽

보통의 경우 한번 앉게 된 자리는 그날 하루종일 바뀌질 않기 때문에 처음 내 자리를 정하는 것이 그날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버스의 좌석은 45인승이 보통이지만 특일부 특권층(?)을 위한  30석 정도의 뒷좌석을 음주와 그림맞추기를 위한 테이블로 개조를 해 놓은 버스도 간혹 볼 수 있다.

이어 모임의 총무님이 오시면 속속 준비하신 음식들이 버스로 배달되어 온다.
떡집 사장님은 검정콩을 넣은 백설기를 배달해 주시고, 슈퍼마켓에선 술과, 음료수, 종이컵, 마른안주 등이 배달된다. 이어 과일이며 기타 먹을거리가 준비되고, 동네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닭이나 족발등도 버스앞으로 도착된다.
관광버스를 위한 서비스 체계는 가히 환상적이다.
떡은 일인분씩 비닐팩에 따로 포장하여 따끈하게 배달되어야 한다. 통닭은 반마리 또는 적당량을 개인개인 흔들리는 버스안에서도 드실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 있고, 족발이라면 일회용 장갑에 뼈를 담을수 있는 비닐봉투까지 세심하게 챙겨져 있다.
한여름에는 얼음이 채워진 아이스 박스가 앞의 두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차안의 아이스박스에서 꺼내먹는 음료와 과일의 맛! 여느 계곡 부럽지 않다.

이어 술과 음료가 버스의 냉장고 속에 차곡차곡 '시야시' 들어가고, 항상 늦는 몇몇사람을 재촉하여 태우고 나면 버스는 출발한다.
에코가 잔뜩들어간 마이크를 들고 회장님의 인사말씀이 이어지고, 행사를 위해 찬조해 주신 관계자분들의 감사도 잊지 않는다. 이어서 오늘의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질 기사님의 한말씀이 지난 후 뽕짝뽕짝 음악이 흘러나온다.오전에는 오전에 맞는 음악이 있다. 들뜬 마음을 '가볍게 터치'해 준다고나 할까.
하이패스를 이용하여 멋지게 관광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주로 첫번째 휴게소에서 휴식을 한다.
이때까지 아침을 들지 않으신 기사님들은 휴게소에서 배려하는 기사님의 식사를 이용하는것 같다.

오전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예전과는 달리 목적이 뚜렷해 졌다고나 할까? 계획된 일정(주로 선진지 견학)에서 한가지라도 습득을 하기 위함도 있고, 방문지에서 느끼게 될 이미지 고려 차원이기도 하다.

때를 지나 늦은 점심을 들면서 몇순배의 술이 돌고나면 형님 동생사이가 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는 기사님의 다양한 레퍼토리에 모두들 이리저리 휘둘져 지기를 마다 않는다.
경쾌한 음악과 현란한 조명! 쿵짝쿵짝 이어지는 음악은 관광버스를 그동안 농삿일에 피로해진 어머님 아버님들의 해방구(?)로 만들어 놓는다.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정신없이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이제 내일이 더 반가워 질 것이다.
자식이야 볼때만 반갑지만, 이렇게 연배들끼리 툭 터놓게 지낼수 있는 흥겨운 관광버스! 
젊은이들이 떠난 시골의 늙은 농부님들은 이렇게 우리의 농업을 지켜내고 있다.

아참! 오늘 기사님께 바쁜 시간중에 어떻게 버스를 튜닝(?) 하냐고 물었더니 여기를 데려가 주신다.
관광버스 기사님들의 만물상! 각종 테입과 CD, 마이크, 걸래, 버스휠, 청소도구, 등등 관광버스이 모든 인테리어가 가능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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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